사춘기 딸과 변해버린 내 딸을 바라보는 엄마
비상! 비상! 언제부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딸과 엄마 사이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웃음이 가득했던 가정에는 점점 웃을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날마다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 딸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점점 소통이 어려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 딸이 웬일로 먼저 인사이드아웃2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사실 엄마도 우리 딸이랑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엄마입장에서는 늘 불안해 보이고 화가 많아지고 만사 귀찮아하는 딸이 본인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질풍노도의 복잡한 심경에서 빨리 벗어나길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딸도 자신의 들쭉날쭉 복잡한 감정을 엄마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딸의 감정 뿐만아니라 알 수 없었던 내감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 감정들을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춘기가 된 라일리는 새로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인사이드아웃1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였던 라일리의 감정은 캐릭터 기쁨이, 슬픔이, 버력이, 까칠이, 소심이로 표현이 되었습니다. 메인감정은 늘 기쁜 기쁨이었습니다. 기쁜 일, 행복한 순간의 연속 있었던 어린 시절은 추억 속으로 잊혀갑니다. 그땐 걱정거리가 별로 없었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우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라일리가 사춘기가 되자 새로운 감정들이 나타났고 캐릭터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가 등장합니다. 새로운 감정인 불안이는 기쁨이를 비롯한 기존 감정들과 사사건건 충돌하게 되고, 결국 기존 감정들을 쫓아내고 불안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감정들이 라일리의 감정컨트롤을 장악하게 됩니다. 매사 불안해하고 남을 부러워하고 당황하고 따분해하는 라일리는 학교생활 속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불안이는 늘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합니다. 그 과정이 늘 불안한 것이 문제입니다. 영화 속에서 불안이의 극도의 불안한 증세는 마치 계곡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에 빠진듯해 보였습니다. 스스로 빠져나오기도 힘들고 구해주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느껴졌습니다. 힘들고 복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다시 안정과 기쁨을 찾아가는 라일리의 성장모습을 통해 나도 저런 과정을 겪었고, 우리 딸도 지금 아주 힘든 상황이겠다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메인 감정이 되어 버린 불안이,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까...
불안해! 너무 불안해!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싫어하면 어떻게! 도대체 왜 이런 거야! 모든 일이 너무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불안한 감정은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좋은 마음인데 실현되는 모습은 자기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불안이는 다른 감정을 모두 배제하고 메인컨트롤을 장악할 만큼 강력합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사춘기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러한 불안한 감정에 휘둘려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걱정인형이 되어 작은 기쁨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편안한 잠도 이룰 수 없는 극도의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신경정신과 환자수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불안이가 극도의 불안증세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순간에 눈물이 났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그 순간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 내 딸과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더 슬펐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게 되니 더욱 공감되고 이해기 쉬웠습니다.
새롭게 생긴 불안한 감정과 평생을 함께 잘 살기 위한 현명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춘기 딸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런저런 훈계를 하고 통제를 하려던 마음을 접고 그 아이가 스스로 새로운 자아를 잘 형성할 수 있도록 옆을 지켜주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사춘기 딸이 하는 행동마다 마음이 들지 않아 재촉하고 야단쳐봐야 더 어긋나는 길로 몰아넣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은 길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가지 못하는 그 마음을 믿어주는 방법이 최선일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아파야 제대로 성장하는데 엄마가 지름길을 안다며 오지랖으로 아이를 끌어내니 마찰만 생길 뿐입니다.
사실 어른인 엄마도 늘 불안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곧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 안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건강한 모습에 잘 먹는 모습에 감사하면 웃을 일이 생길 것입니다.
욱! 버럭! 제어가 힘들어지는 버럭이, 화를 내고 나면 곧 후회한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발 알아서 좀 해! 딸도 엄마도 자꾸만 화가 납니다. 아이는 엄마의 통제와 명령에서 벗어나고 싶고 , 엄마는 스스로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자꾸 다그치게 됩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횟수도 늘어 갑니다. 참아왔던 화는 수위가 높아져 예전에는 참을 수 있던 작은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딸아이는 더욱 당당하게 버럭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분노를 허락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화를 내도 엄마가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 들었나 봅니다. 왜 엄마한테만 유독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한동안 그 모습을 받아주다가 결국 한마디 했습니다. 나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분노를 위한 분노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사람에게 화로 답하면 관계가 악화됩니다.
화를 냈던 순간이 지나면 곧장 후회하고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이 굴레는 반복될수록 화에 대한 감정이 무뎌지고 결국 좋은 말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편히 살 수는 없으니 나쁜 습관이라 생각해서 고치도록 했습니다. 화날 때 화를 내야 하지만 꼭 버럭 할 일이 아니라면 참고 한발 물러서서 그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순간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마음속 진심을 꺼내서 나누는 것이 관계를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슬픔에 금방 빠져듭니다. 살아갈수록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거창한 목표는 필요 없습니다. 단지 오늘하루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작은 목표하나면 충분합니다. 사춘기 딸과 행복한 하루를 위해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