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꼭 있는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지금 오픈하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살짝 걱정했다.
잘모르지만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무인사업이니 알아서 돌아가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덜컥 계약했다
말 그대로 특별한 사전준비 없이 붙딪쳐보자는 생각 하나로 오픈한 것이다.
무인아이스크림 사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무인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이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인은 무인이 아니다.
아니 무인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간다.
청소도 해야 하고 물건도 주문하고 진열도 해야 한다.
키오스크 오류가 나면 달려가야 하고 고객님의 전화도 응대한다.
부업으로 시작한 건데 , 무인이라고 해서 편할 거라고 큰 오산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매일 가보려고 했으나, 매일 가려니 너무 힘들다.
이제는 하루 걸러 하루 격일로 가는데 이런 식으로 적응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무아는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을 구하기도 한다더라.
나는 아직 여력이 없어서 직접 해야 한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힘들다고 금방 포기하기는 싫다.
무인아이스크림의 주상품은 당연히 아이스크림이다.
가맹점 가입으로 하면 좀 더 편했을까?
돈을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건강한 신체가 있으니라는 생각으로 가맹점을 포기했다.
지금도 가끔 후회가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가맹점을 안 해봤으니 그것도 장단점은 있겠지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아이스크림은 영업소 사장님께 전화드리면 오셔서 채워주시고,
과자는 직접 주문해서 진열하기만 하는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껏 살면서 온라인으로 수없이 물건을 주문했었는데 뭐가 힘들겠어라는 얄팍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과자주문은 단가도 봐야 하고 제품도 골라야 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소소한 일들이, 챙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매장 장소가 협소해서 다른 곳에서 물건을 받고 옮기는 일도 체력을 많이 소진시켰다.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것 같다.
주먹구구식으로 가게는 돌아간다. 진열방법도 정신없고 과자선반의 빈자리가 눈에 띄고 새로 주문해서 진열하는 데까지는 늘 시간이 걸린다.
아이스크림이 우선이라는 생각과 생각보다 힘들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무인아이스크림의 경쟁은 편의점?
내가 선택한 곳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였다.
같은 1층 코너에 슈퍼가 있었고 그 옆에 편의점이 있고 그리고 다른 면 1층에 무인아이스크림이 있다.
한 건물에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3곳, 그리고 더 맞은편 상가에 무인아이스크림 가게가 하나더 있다.
나는 5년 된 무인아이스크림이 자리가 나와서 권리금을 주고 들어갔다. 나에게 넘긴 그 사장님은 맞은편 무인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장사가 잘 됐다고 했다. 인수받을 당시 가게는 관리상태가 많이 엉망이었다.
그렇게 인수받아 오픈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편의점 옆에 무인아이스크림이 있는 곳을 종종 본다. 그런 곳은 아주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몰랐는데 두 업종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 중인가 보다. 무인아이스크림 사장이 된 후에도 기존에 있던 가게를 인수받아 오픈했으니 편의점과 경쟁 관계라고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편의점에서 무인아이스크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편의점이 최종 승소한 판례를 보도했다.
그 기사를 보고 이제는 편의점이 있는 자리에 무아가 들어가는 것은 동종업이나 유사업으로 판례가 나왔으니 옆에 들어가기 어렵겠다는 남일 보듯 막연한 생각만 했다.
대체적으로 편의점이 먼저 생겨있고 그 근처로 무인아이스크림이 입점을 하니 편의점 사장님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그것이 나의 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무인아이스크림 옆에 무인아이스크림을 하겠다는 편의점
얼마 전 같은 건물에 있던 슈퍼가 지난 20년간 영업하다 이제 폐업한다면서 물건을 정리했다.
그후 편의점이 코너자리로 이전했다. 편의점 자리에는 무슨 가게가 들어올까 궁금하던 차에 소문을 들었다.
그 자리에 편의점이 무인 밀키트와 아이스크림을 한다고?
소문의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에 물어봤더니 맞다고 한다. 그리고 무인아이스크림이 생긴 이후 아이스크림 매출이 많이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인수받아 이제 8개월 되었는데 그냥 억울했다.
아니 왜 5년이 지나서 아니 왜 나에게.... ㅠㅠ
우리 가게보다 면적도 2배나 크고 내부 인테리어도 편의점처럼 깔끔하게 공사한다. 그럼 상대적으로 열세해지는 우리 가게는 많이 힘들어질 텐데, 우리를 내보내는 게 목표인가 라는 생각에 속상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이대로 문을 닫고 나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설렁설렁 대강대강 하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다고 항의한들 무슨 소용이 있고, 한탄만 한들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지금보다 신경을 더 쓰고 더 열심히 해보자.
지금까지 없었던 파이팅이 생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직원마인드 버리고 진짜 사장이 되어야겠다.
뭐부터 고쳐나가야 할까